[목 차]

     

     

    무엇이 주가를 움직이게 하는가

     

     슈퍼마켓 계산대 줄의 진실은 주식시장 가격의 진실과도 같으므로, 경제학자들은 이를 시장에 조명할 수 있겠지만 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투자펀드를 위해 일하고 있다. 그들은 만약 미래를 쉽게 알 수 있다면 팀하포드닷컴의 주식 1주를 소유하는 것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팀하포드닷컴이 매년 100달러씩 영원히 벌 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1주를 가지고 있을 경우 매년 1달러씩 영원히 벌게 될 것이다.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 만약 내가 10퍼센트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저축계좌에 10달러를 넣었다면, 이 계좌 역시 매년 1달러를 나에게 영원히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므로 팀하포드닷컴의 주식 1주는 10퍼센트의 이자를 주는 저축계좌의 10달러와 같다. 이자율이 10퍼센트라면 나는 팀하포드닷컴 주식 1주에 10달러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이자율이 5퍼센트라면 주식 1주를 사는 것이 저축계좌에 비해 2배 더 매력적이고, 이자율이 1퍼센트라면 10배 더 매력적이 될 것이다. 이자율이 영원히 1퍼센트라면 나는 팀하포드닷컴 주식 1주에 100달러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축계좌에 있는 100달러와 마찬가지로 이 주식 1주는 나에게 1년에 100달러를 벌어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이자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주가가 오르고, 이자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주가가 떨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2004년 10월에 아마존닷컴의 주가는 40달러였다. 하지만 미국의장기 이자율이 약 4퍼센트인 상황에서 1년에 8센트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저축계좌에 단 2달러만 있으면 되었다. 아마존닷컴이 2003년에 1주당 8센트를 벌었으므로, 이 주식은 40달러가 아닌 2달러에 거래되어야 했다. 그렇다면 그러한 주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 뭔가 다른 것'은 미래다. 기업들은 매년 특정한 이익을 확실히 낸다는 보장이 없다. 투자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회사의 미래수익을 판단해야 한다. 어쩌면 팀하포드닷컴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1년에 100달러가 아니라 10억 달러를 벌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일 당장 파산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합리적인 사람들 대부분은 할인을 원할 것이다. 1퍼센트의 이익을 내는 리스크 없는 주식 1주가 100달러라고 하면, 마찬가지로 1년에 1달러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지만 누구도 이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되는 리스크 있는 주식은 이보다 적은 90달러, 70달러, 혹은 심지어 30달러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할인은 그 주식이 실제로 얼마나 리스크가 있는가, 그리고 투자자들이 그러한 리스크에 대해 얼마나 우려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아마존닷컴에 대해서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8센트보다 훨씬 더 많이 벌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투자자들이 40달러를 주고 아마존 주식 1주를 사서 8센트를 버는 대신, 저축계좌에 40달러를 넣어둔다면 1.6달러를 벌 수 있다(장기 이자율이 4퍼센트이므로), 아마존닷컴의 주주들은 1주당 수익이 1.6달러가 넘어 리스크를 보상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럴 경우 아마존닷컴의 연 수익은 3,500만 달러에서 약 10억 달러로 상승해야 한다.

     

    이상은 주식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이다. 달리 말하면, 주식이란 기업 이익의 일부를 배분받는 권리다. 결국 주가는 이를 반영하게 된다.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주식의 기본 가치를 산정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약 주가가 기본 가치보다 낮다면, 그 주식은 값이 싸므로 당신에게 구매하라고 말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주가란 기업의 기본적인 수익성을 반영해야 한다. 매우 가치가 높은 주식이라면 계속해서 저평가되어 있더라도 팔지 않고 갖고 있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도 주가는 기업의 기초적인 전망을 반영해야 한다. 결국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도 가치가 1달러라고 생각한다면, 누가 그 주식을 10달러에 사려고 하겠는가? 또한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진정 10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누가 그 주식을 1달러에 팔려고 하겠는가? 많은 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한, 주가는 장단기적인 기본 시각을 반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과연 합리적일까?

     

    오늘날 투자자들은 그롤쉬' 방식으로 주식을 고른다. 나는 런던 인근에서 열리는 수많은 파티에서 어김없이 그롤쉬 맥주가 제공되는 것을 보고 그롤쉬 주식을 많이 샀다고 말하는 한 투자자를 만났다. 스텔라 아르투아나 하이네켄처럼 과거 명성 높은 맥주들은 파티 장소에서 사라진 듯 보였다. 나는 런던의 파티들이 반드시 그롤쉬의 전 세계 매출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그에게 말했다. 그롤쉬가 런던에서는 잘 나가고 있을지 몰라도 그 외의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그 회사의 장기 수익이 떨어져 그 회사에 대한 주식 투자는 실패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그 투자자는 물론 자신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문제가 안 된다고 내게 말했다. 그는 그롤쉬가 런던에서 크게 이름을 날린다면, 런던의 많은 투자자들이 그롤쉬를 성공한 회사로 여겨 그 회사 주식을 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주식은 잠시동안이라도 오를 것이며, 그는 이익을 남기고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은 오로지 그가 주식을 장기 보유하여 실제 그림이 분명히 드러날 정도로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경우에만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진짜 그림은 무엇이었을까? 그 후 몇 년에 걸쳐 그롤쉬 주가는 24달러에서 17.5달러로 3분의 1 하락했다. 그러고 나서 몇 달 만에 다시 반등했다. 2005년 3월 그롤쉬의 주가는 우리가 처음 대화를 나누었던 때와 거의 같은 수준이 되었다.

     

    주식을 선택할 때 이러한 그롤쉬 방식은 주식의 가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는 단순히 다른 투자자들의 실수를 이용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합리적인 주식시장과 랜덤워크에 관한 상식을 감안한다면, 어찌 투자자들이 그토록 쉽게 남의 실수를 이용할 수 있다고 기대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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